821조 예산전쟁 개막…與野, '미래대응기금' 격돌 전망
[주소모음 라창현 기자] 여야가 역대 최대인 821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로 조성하는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전망되면서 법정기한인 12월 2일 이내 예산안 처리가 가능할 지 관심이 쏠린다.
국회는 오는 2일부터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들어간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오는 4~5일에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 정책질의가 진행되며, 이후에는 상임위원회별 심사에 들어가게 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총지출은 820조 9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인 727조 9000억원보다 93조원(12.8%)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늘어난 재원을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미래 성장엔진, 청년 성장단계별 지원, K자형 양극화 대응, 안전 등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최대 쟁점은 새로 신설될 미래대응기금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예산안의 약 20% 차지하는 기금을 신설하고, 그중 104조 4000억원을 여유 자금으로 남겨 세수가 부족하거나 긴급한 정책 수요가 생길 때 사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예결특위의 예산안 공청회에서는 해당 기금에 대한 전문가들의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부족이 현실화한 뒤 대응하면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미래대응기금은 이러한 병목을 선제적으로 해소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우리 경제의 공급 능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목적과 성과 관리가 불분명하고 어설프다"고 지적했다. 또 "호황이 발생할 때 발생한 재원은 영구적인 재원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빚을 줄이고 재정을 건전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규정하고 정부안 방어에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멈춰 선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한 담대한 미래 투자"라며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 투자로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려 한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와 AI, 핵융합, 양자, 우주항공 같은 미래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미래 성장을 이끌 청년에 대한 지원도 늘렸다. 지방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방주도 성장 예산도 두 배로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을 향해 "미래를 걱정한다면 무조건적인 발목잡기와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책임 있게 임해야 한다"고 했다.
전은수 원내대변인은 미래대응기금과 관련해 "국회 통제를 벗어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미래대응기금도 개별 사업을 담은 기금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해 사전 심의와 의결을 받아야 한다. 운용계획을 변경하면 그 내역을 지체 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금 신설 취지에 대해선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45조 4000억원이고, 104조원가량은 여유재원으로 쌓아두는 구조"라며 "초과세수를 한꺼번에 써버리지 않고 저수지처럼 모아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풍년에 빚부터 낸 821조원 예산, 국민의힘은 미래세대 앞으로 끊은 '백지수표'에 서명하지 않겠다"며 날을 세웠다.
최 수석대변인은 내년도 국가채무가 늘어가는 데 대해 "국가채무는 올해보다 100조원 넘게 불어 1520조원이 되고, 그 사이 미래대응기금에는 구체적 사업이 정해지지 않은 여유자금 104조원이 쌓인다"며 "곳간이 넘치는 해에 빚도 함께 느는 나라,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미래 투자'의 실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계획대로라면 국가채무는 2030년 1734조원, 국채 이자는 내년 42조 8000억원에서 2030년 53조원을 넘어선다. 하루 1100억원이 넘는 이자를 내면서 누구의 '미래'를 말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기금과 관련해선 "내년 사업 130개 중 122개가 다년도 사업이고, 주요 항목 지출의 30%, 최대 약 13조 6000억원은 국회 의결 없이 바꿀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며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미래세대 앞으로 끊은 백지수표이고, 국회 심의 바깥에 세운 '제2의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 총재도 이전지출이 상당한 이번 예산안을 두고, '일시적 재원으로 지속적 지출이 생기면 나중에 되돌리기 상당히 어렵다'며 국회가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했다"며 "국민의힘은 고무도장이 아니라 곳간지기가 되겠다. 통제 장치 없는 기금 운용에는 동의하지 않겠다"고 송곳 심사를 예고했다.
/라창현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