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아도 내 집 못 사요"…서울 외곽서도 발길 돌리는 2030 [르포]

여기여2026-10-30 15:10:01조회 2
상계주공5단지 전경 [사진=나광국 기자]상계주공5단지 전경 [사진=나광국 기자]

[주소모음 나광국 기자] "3억~3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집을 사려던 젊은 분들이 재건축 이주 때 기존 대출을 갚을 자금이 부족하다는 설명을 듣고 매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지난 28일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30대 매수자들의 문의가 많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에서 6억원 안팎의 아파트를 찾는 청년·신혼부부의 발길이 노원구 상계동에서 도봉구 창동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이곳에서도 내 집 마련은 쉽지 않았다. 소형 구축 아파트마저 6억원을 훌쩍 넘긴 데다 대출과 재건축 추가 자금, 세입자 퇴거 일정까지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상계주공5단지는 전용면적 31㎡ 단일 주택형으로 한때 6억원 미만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이를 웃돈다. 현지 중개업소 두 곳에서는 각각 6억5500만원과 7억~7억3000만원 수준의 매물을 안내했다. 6억5500만원에 나온 두 건 중 한 채는 내부 상태가 좋지 않아 수리비 부담도 예상됐다.

6억원 넘긴 소형 구축…대출·추가분담금 부담

집을 사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재건축에 따른 추가 비용도 걸림돌이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상계주공5단지를 6억5500만원에 매수해 재건축 후 24평형을 배정받을 경우 추정분담금 등을 포함한 총비용이 1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주택담보대출보다 이주비 대출이 적으면 차액을 마련해야 한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3억~3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매수하려던 분들이 이주할 때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상계주공5단지 전경 [사진=나광국 기자]상계주공5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사진=나광국 기자]

6억원 이하 매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계주공14단지에서는 전용 41㎡ 안팎의 물건이 5억2000만~5억9000만원에 나왔다. 1401동 12층은 5억5000만원에 내년 3월, 1405동 7층은 5억2000만원에 내년 5월 입주가 가능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가격이 맞는다고 곧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입자가 있는 물건은 거래에 필요한 현금이 문제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5억원대 초반 매물이라도 전월세 보증금이 들어가 있어 매수자가 현금 3억~4억원 정도는 마련해야 한다"며 "21평대는 이미 6억원을 넘어 중후반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상계주공16단지도 전용 45㎡는 6억원 이하 매물이 남아 있지만 59㎡는 6억4000만원 수준을 생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해도 25평이 5억5000만원 정도였는데 호가가 많이 올랐다"며 "세입자가 있거나 입주 날짜가 맞지 않아 거래하기 어려운 물건도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가격 상승세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9일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은 노원구가 12.57%, 도봉구는 10.31% 올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를 찾는 수요도 이들 지역에 집중됐다.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 중 6억원 미만 비중은 21.9%로 전년 동기(16.9%)보다 5.0%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가격대 거래에서 노원·도봉구의 비중도 30.0%에서 36.6%로 확대됐다.

창동까지 넓힌 선택지…5억대 매물은 저층 중심

상계동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 어려워지자 눈길은 인접한 도봉구 창동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예산에 맞는 매물을 찾으려면 면적이나 층수, 입주 시기를 양보해야 했다.

창동주공1단지 인근 D중개업소에서는 전용 41㎡ 1층 매물을 5억5000만원에 안내했다. 같은 면적이라도 수리 상태나 층수가 좋은 물건은 6억원을 넘었고 전용 45㎡는 6억1000만원, 49㎡는 중간층 기준 7억1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설명이다. 5억4000만원에 나온 매물은 세입자가 거주 중이어서 당장 입주하기 어려웠다.

상계주공5단지 전경 [사진=나광국 기자]창동주공1단지 [사진=나광국 기자]

D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한 손님들은 신혼부부가 많았다"며 "서울에서 이 가격으로 집을 구하기 쉽지 않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창동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매가격이 예산에 들어오더라도 대출과 실거주 조건이라는 또 다른 문턱이 남아 있다. 정부가 일정 요건을 충족한 무주택 매수자에게 기존 임대차 및 갱신계약 기간까지 실거주를 유예하도록 했지만 세입자 보증금 반환과 자금조달 부담은 남아 있다. 상계주공16단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매도를 서두를 경우 세입자와 이사비 지급 등을 협의해 계약 만료 전에 퇴거하도록 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대출도 매수자의 소득과 주택가격 등에 따라 이용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디딤돌대출 대상 주택가격은 일반 가구 5억원 이하, 신혼·2자녀 이상 가구 6억원 이하로 구분되며 대출한도도 별도로 적용된다.

현장에서는 서울 외곽의 구축 아파트라도 매매가격뿐 아니라 재건축 분담금, 대출 가능액, 세입자 퇴거 일정까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에 맞는 매물이 있어도 실제 구입과 입주까지는 추가 자금과 시간이라는 문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노원·도봉 등 외곽으로 몰리면서 6억원 이하 주택의 가격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매매가격뿐 아니라 대출 가능액과 실제 입주 시점에 따라 매수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아 자금 여력이 부족한 2030세대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광국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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